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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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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95 프랑스어의 실종

  • 지은이: 아시아 제바르(Assia Djebar)
  • 옮긴이: 장진영
  • 분야: 문학
  • 발행일: 2018년 10월 30일
  • 페이지: 308
  • 판형: 128*188
  • 정가: 13,000원
  • ISBN: 978-89-324-0477-6
  • 도서선정: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세계적 작가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고전 반열에 오른 아랍 작가의

수려한 문장과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대표작, 국내 초역!

 

 작가가 한평생 프랑스와 알제리의 경계에서

온몸으로 겪고 고민한 언어, 역사, 여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아름다운 소설

1991년 가을, 망명지인 프랑스에서 20년간 살다가 연인 마리즈가 자신의 곁을 떠나자 고국 알제로 돌아온 주인공 베르칸. 그는 알제 근처 바닷가 마을에 정착하고 고향 카스바를 찾지만, 그곳은 더 이상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곳이 아니다. 그는 변해 버린 카스바에서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 마리즈와의 사랑, 알제리 민족주의와 알제 전투 등을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랍어로 사랑을 말하는 나지아라는 여성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프랑스어의 실종주인공 베르칸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가 쓴 미완의 소설과 그를 둘러싼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작중 화자가 1인칭 또는 3인칭으로 자주 바뀐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귀향한 베르칸이 1인칭 시점으로 현재를 말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구성적 특성뿐만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흥미롭다. 아시아 제바르의 주요 화두였던 언어, 역사, 여성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바람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언어 문제를 살펴보면, 중년 남성 베르칸은 아시아 제바르처럼 글쓰기의 도구로 아랍 사투리와 프랑스어 중에서 프랑스어를 선택한다. 반면 연인 나지아는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쓸 줄 알지만, 사랑을 나누거나 나눈 직후에는 아랍어를 사용한다. 마치 사랑처럼 내밀한 속내를 표현하는 데 프랑스어는 모국어를 대신하기 힘들다는 듯이. 사실 1970년대에 알제리에서 아랍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식인은 프랑스나 캐나다 등으로 떠나야 했다. 주인공 베르칸도 모국어에 대한 애착이 있음에도 프랑스어로 글을 썼는데, 아랍화 정책 이후 알제리에서는 점점 프랑스어를 잊어 갔다. 이 소설의 제목(‘프랑스어의 실종’)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20년의 프랑스 망명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베르칸은 자연스럽게 두 언어의 경계에 놓이는 인물이 된다. 이 소설을 쓰는 아시아 제바르처럼.

 

역사에서 소외된 약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입체적 소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에 의해 완성된다. 그러나 아시아 제바르는 여기에 배제된 피지배자의 목소리를 개입시켜 어느 한쪽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좀 더 온전한 역사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서구 중심적인 지배 담론에 가려졌던 역사의 다른 양상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역사학을 전공한 아시아 제바르는 정복자의 시선에서 본 역사의 편향성과 감춰진 식민 지배의 악랄함과 폐해를 고발하고, 탈식민화의 수단으로 주체적인 역사를 서술할 필요성을 느낀다.

프랑스어의 실종은 알제리 독립 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에 이미 민중의 독립 열망이 시위로 표출되었음을 보여 주며, 아울러 독립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국내 지도자들의 분열, 그리고 한참을 뛰어넘어 1990년대의 또 다른 분열의 모습을 소시민의 관점에서 묘사하며 알제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에 관한 문제는 주로 나지아의 회상을 통해 드러난다. 아랍 여성이지만 서구인과 동일한 생활양식과 사고를 가진 나지아는 고국에 돌아와서 겪은 일들을 베르칸에게 이야기하며 아랍 남성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편견에 거부감을 표출한다. 작가는 비록 주인공을 중년 남성으로 설정했지만, 그의 주변 인물, 즉 할머니와 어머니, 두 연인 등 다양한 여성의 삶을 통해 아랍과 알제리 여성 문제를 간접적이지만 확실하게 제기한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세계적 작가,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고전 반열에 오른 아랍 작가의 대표작

수려한 문장과 독특한 구성으로 글맛과 상상력을 돋우는 걸작!

아시아 제바르가 평생 관심을 가져온 주제들, 이를 테면 프랑스 제국주의자의 악행,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프랑스어 및 모국어에 대한 관점, 독립하는 과정에서 국내 민족주의자들 간의 대립, 엄격한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이 감당하는 억압과 배제 등은 한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다. 한국 역시 독립을 위해 투쟁하면서도 분열을 피하지 못했고, 가부장제 아래에서 다수 여성이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마치 아시아 제바르가 한국을 이야기하는 듯 친근감과 함께 아픔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어둡다거나 딱딱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수려한 문장과 독특한 구성,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건들, 인물과 상황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만도 아주 쏠쏠하다. 특히 주인공 베르칸과 나지아의 사랑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매혹적이고, 알제리의 근현대사와 맞물려 벌어지는 사건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1부 귀환 : 1991년 가을
이사
완만한 우회
카스바
제2부 사랑, 글쓰기 : 한 달 뒤
방문객
겨울 일기
청소년
제3부 실종 : 1993년 9월
드리스
마리즈
나지아


해설: 아시아 제바르의 삶과 『프랑스어의 실종』이 제기하는 문제들
판본 소개
아시아 제바르 연보

아시아 제바르

1936년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파티마-조흐라 이말라옌(Fatima-Zohra Imaly?ne)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근대적인 것을 선호한 덕분에 아랍의 여느 여자아이와 달리 일찍 결혼하지 않고 프랑스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1953년 바칼로레아 시험에 합격하고, 알제리 여성으로는 최초로 세브르 여자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해 역사를 공부하였다. 하지만 알제리이슬람학생총연합의 운동에 참여하면서 시험을 보지 않아 퇴학당했고, 이때 첫 소설 『갈증(La Soif )』(1957)을 내며 ‘아시아 제바르’라는 필명을 처음 사용한다. 이 소설이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과 비교되면서 “이슬람의 프랑수아즈 사강”으로 불렸다. 1958년 결혼해서 남편과 함께 튀니지로 갔고, 「엘 무자히드(El Moudjahid)」의 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난민에 관한 조사를 한다. 이때 경험은 소설 『참을성 없는 사람들(Les Impatients)』(1958)과 『순진한 종달새들(Les allouettes na?ves)』(1967)의 토대가 된다. 한편 1970년대에는 영화에 몰두하여 두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는데, <슈누아산 여인들의 누바(La Nouba des Femmes du Mont Chenoua)>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장편 영화 부문 국제비평가상’을, <제르다 혹은 망각의 노래들(La Zerda ou les chants de l’oubli)>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가장 뛰어난 역사영화상’을 수상했다.
1980년에 단편집 『그들 거처 안의 알제 여인들(Femmes d’Alger dans leur appartement)』을 시작으로 다시 문학적 행보를 활발하게 이어갔는데, 이후 『사랑, 판타지아(L’Amour, la fantasia)』, 『그림자 왕비(Ombre sultane)』, 『메디나에서 멀리 떨어져서(Loin de M?dine)』, 『감옥은 넓다(Vaste est la prison)』와 같은 페미니즘에 경도된 작품을 내놓는다. 2002년에는 자전적 성향이 강한 소설 『무덤 없는 여인(La Femme sans s?pulture)』을, 2003년에는 자신에게 강요된 언어이자 글쓰기 언어가 된 프랑스어에 헌정하는 작품 『프랑스어의 실종』을 발표한다. 그리고 2007년에 소설 『아버지의 집 그 어디에도 없는(Nulle part dans la maison de mon p?re)』을 마지막으로 내놓고 2015년 파리에서 눈을 감는다.
아시아 제바르는 12편의 소설을 남겼으며, 2005년에 마그레브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생전에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매년 거론됐을 만큼 사랑받은 그의 소설은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및 출간되었다.

장진영

서울대에서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同)대학원에서 「바로크 주제에 의한 코르네이유 초기 희극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설 불어문화권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며,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저 아래』, 『파리의 풍경』(전6권, 공역), 『세계창조』, 『돌의 후계자』, 『앙드레 말로, 소설로 쓴 평전』, 『눈뜰 무렵』, 『세비녜』, 『문화적인 것에서 신성한 것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