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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제효영

488쪽, 신국판(152*224), 19,800원

2018년 08월 25일

ISBN. 978-89-324-7386-4

이 도서의 판매처


 


네덜란드의 현직 외과 전문의가 집요하게 써 내려간 생생한 의학 오디세이

마취도 없이 팔다리를 절단하던 시대의 수술부터 최첨단 뇌 수술까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의학의 역사적 순간들

 

16세기 토리노의 전쟁터에서 잠을 청하던 한 군의관은 환자들의 비명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총상 환자를 치료해 본 경험이 없었던 그는 어느 책에서 화약의 독성을 없애려면 상처 부위에 끓인 기름을 부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피로 범벅이 된 환자의 살에 기름을 떨어뜨린 참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밤새 그토록 괴로워했던 환자들이 끓는 기름으로 치료를 받은 병사들이었다는 사실을 안 그는 두 번 다시 상처에 끓인 기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상식전통에 가려졌던 암흑기를 넘어 현대적인 외과 수술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딛는 간을 잘 보여 주는 이 일화는 오늘날 위대한 외과 의사로 기록되는 앙브루아즈 파레(1510~1590)의 이야기다. 이 책은 이렇듯 손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칼 쓰는 일이 일상인 사람들,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서전(surgeon)’이라고 불리며 화려한 수술 실력을 선보이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생명을 다루는 막중한 책임감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가리곤 하는 흥미로운 존재들인 외과 의사들과 기꺼이 또는 예기치 않게 그들의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입체적인 수술 이야기

 

네덜란드의 현직 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인물들의 삶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28개의 이야기로 엮어 수술사의 변곡점들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역사 자료’, ‘인터뷰’, ‘언론 보도 내용’, ‘해당 인물의 전기’, ‘그들에 관한 여타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한 사실들에 지은이의 외과의로서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더해 수술의 역사로서도, 한 인간이 겪은 인상적인 순간에 대한 기록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다면적이고 페이소스 넘치는 글을 선보인다. 질식, 쇼크, 비만, 장루, 골절, 치루, 정맥류, 복막염, 마취, 괴저, 거세, 폐암, 뇌졸중 등 갖가지 질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외과 의사들의 분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데다 수술 장면은 마치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몇몇 장은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서스펜스를 담고 있기도 해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또 정확한 비유와 수술과 관련된 친절한 설명을 더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수술의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몸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외과 의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우리 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도 마련해 준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마취도 없이 팔다리를 절단하던 시대를 지나 최첨단 뇌 수술이 이루어지는 오늘날, 그리고 먼 미래까지 수천 년을 아우르는 놀라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이 책은 때로는 독자를 움찔하게 하고 때로는 피식 웃게 만드는 입체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보여 주며 의학의 역사라는 분야에서도 이토록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

 

인간의 고통과 절망, 희망의 순간들을 더없이 인상적으로 보여 주는 역사

 

165145, 통증이 극에 달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암스테르담의 대장장이 얀 더 도트는 마침내 칼을 쥐고 자신의 방광을 직접 절개했다. 그리고 달걀보다 큰 돌을 꺼냈다. 그가 살아남을 확률은 희박했다. 자칫하면 파열되기 쉬운 혈관이 방광을 둘러싸고 있고, 소독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청결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대장장이인 얀 더 도트에게 해부학적인 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는 살아남아서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할 수 있었을까?

위생 관념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의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절에 홀로 고군분투했을 많은 사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 이야기는 과거의 수술이 어땠는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그동안 의학의 수준이 얼마나 비약적으로 발전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그저 한 대장장이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로 끝내지 않고 그 당시 사람들이 방광결석에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 그가 택한 수술 방법에 대한 설명, 그리고 수술 당시의 생생한 묘사, 그 이후에 결석 제거술이 발달한 과정, 그리고 그가 남긴 애잔한 시까지 보여 주며 유머러스하면서도 폭넓은 시선이 담긴 글을 완성했다.

대장장이 얀 더 도트가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 수술을 감행했던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수술에 위생 개념이 도입되고 외과 의사가 손을 씻기 시작한 지가 15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가히 놀랍다. 마취가 수술에 도입되기 전, 속도가 최우선이었던 시절 의사가 메스를 너무 불쑥 꺼내 들어 조수의 손을 베어 버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다 놀란 구경꾼 하나가 급사하고 환자와 조수까지 괴저로 숨지는 바람에 300%의 사망률을 기록한 수술이 있었다는 사실은 어떤가? 또 그런 암울한 시기를 거쳐 오늘날에는 인체에서 수술로 고칠 수 없는 곳은 척수와 시신경밖에 없는 수준까지 의학이 발전하고 원격 수술이 이루어지는 데다 수백 볼트의 전기가 수술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말이다.

또 이 책이 단순히 유명 인물들의 흥미로운 일화 모음이 아니라 수술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보여 주는 단단한 역사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는 고통을 겪는 인간의 모습과 그 고통을 방관하지 않는 의사들의 모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저자의 시선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외과 의사라는 존재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외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못된 지식과 신중하지 못한 태도로 오히려 환자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했던 의사들에 대한 자조 섞인 평가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게 됨은 물론 병을 다루는 사람들과 그들의 손을 거치는 사람들이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의학의 역사가 지금까지 수많은 변곡점을 거치며 흘러왔듯이 앞으로는 어떤 인상적인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다.

 

 

 

 

프롤로그 | 손으로 치료하다: 과거와 현대의 외과 의사

1장 결석 제거술 | 암스테르담의 대장장이, 얀 더 도트의 결석

2장 질식 | 역사적인 기관 절개술: 케네디 대통령

3장 상처 치유 | 왕가의 포피: 아브라함과 루이 16세

4장 쇼크 | 여인과 아나키스트: 시시 황후

5장 비만 | 교황들: 베드로부터 프란치스코까지

6장 장루 | 마법의 탄환: 카롤 보이티와

7장 골절 | 의사 데모케데스와 그리스 방식: 다리우스 1세

8장 정맥류 | 루시와 현대 수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9장 복막염 | 탈출의 명수 해리 후디니의 죽음

10장 마취 | 여왕의 마취: 빅토리아 여왕

11장 괴저 | 리틀만 전투: 페터르 스타위베산트

12장 진단 | 내과 의사와 외과 의사: 에르퀼 푸아로와 셜록 홈즈

13장 합병증 | 거장과 왕: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14장 확산 | 두 음악가의 엄지발가락: 장 바티스트 륄리와 밥 말리

15장 복부 | 로마인들과 복부 성형술: 루키우스 아프로니우스 카이시아누스

16장 대동맥류 | 수술의 상대성: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7장 복강경 검사 | 내시경과 최소 침습 수술이 일으킨 혁신

18장 거세 | 아주 간단한 수술의 역사: 아담과 이브, 그리고 파리넬리

19장 폐암 | 집에서 개흉술을 받은 사람: 조지 6세

20장 위약 | 달에 간 다섯 번째 사나이: 앨런 셰퍼드

21장 배꼽 탈장 | 굳센 여성의 비참한 죽음: 캐롤라인 왕비

22장 입원은 짧게, 패스트트랙 방식 | 반역과 혁명: 바시니와 리히텐스타인

23장 수술 중 사망 | 수술의 한계: 리 하비 오즈월드

24장 보형물 | 아름다운 시대, 놀라운 어깨: 제빵사 쥘 페두

25장 뇌졸중 |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의 목에 무슨 일이 생겼나: 레닌의 수술

26장 위 절제 수술 | 무모한 시도와 외과 의사: 테레제 헬러

27장 치루 | 위대한 수술: 루이 14세

28장 전기 | 6백 볼트: 아르티스 동물원의 전기뱀장어

에필로그 | 미래의 외과 의사 톱 10

감사의 말
용어 해설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암스테르담 슬로테르바르트 종합병원의 복강경 수술 전문의. 1969년에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에서 태어났고, 학창 시절부터 생물 수업에서 접한 인체의 기능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 벨기에 루뱅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카리브해 세인트마틴섬에서 일반 외과 의사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히말라야와 부탄, 티베트, 네팔, 카슈미르,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를 여행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네덜란드 외과협회저널(Nederlands Tijdschrift voor Heelkunde)』에 수술의 역사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들이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현재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살면서 ‘진정한’ 네덜란드인답게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역자

제효영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생리학교실 대학원 재학 중 번역의 매력에 빠져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주요 역서로는 『몸은 기억한다: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암의 진실』, 『메치니코프와 면역』, 『세뇌』, 『브레인 바이블』, 『약 없이 스스로 낫는 법』, 『독성프리』, 『신종 플루의 진실』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