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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씩씩하게

김필영, 김영화

304쪽, 115*187, 15,000원

2021년 11월 30일

ISBN. 978-89-324-7457-1

이 도서의 판매처

느리고 흐물흐물하지만 덕분에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무심한 듯 씩씩하게 살아온 김필영 씨의 삶과 결혼 이야기.
백 명의 사람에겐 백 가지의 사정이 있듯, 김필영 씨에게도 자신만의 사연이 있다. 휴대폰 가게와 성형외과와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서 일했을 때도, 경찰 공무원 수험생으로 3년을 보내고 낙방했을 때도, 만난 지 두 달이 안 된 남자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은 후에도, 필영의 삶은 오롯이 그 자신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졌다. 
에세이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도 그의 이야기는 선명한 개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가 만나 보지 못했을 풍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많은 독자가 ‘닮고 싶은’ 삶을 사는 롤 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 똑똑하고 당찬 사람도 없고, 상처 입은 자기 자신을 오래도록 위로하는 섬세한 영혼도 없다. 대신에 실패로 물든 시간 속을 무심히 거닐던 사람이 마주했던 독특한 광경들이 독립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장면 1, “저, 집에 놀러 가도 돼요?”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던 필영에게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손님이 찾아온다. 그 손님과의 대화 끝에 필영이 내린 결론은 뜻밖에 이러하다. “저, 집에 놀러 가도 돼요?”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이 필영의 삶을 방문했다. 필영은 무례하거나 다정하고, 착하거나 비뚤어진 그들과 함께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서로 주고받는 말들로 가득했다. “저 집은 옷 전부 얻어 입히잖아요.”라는 이웃 주민의 말, “쌤은 코만 딱 고치면 예쁠 텐데.”라는 직장 동료의 말, “배우자 연봉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소개팅 상대의 말까지. 필영을 놀래거나 움직이게 하는 말들, 때론 좌절시키고 울게 만드는 무수한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조금 느린 데다 종종 무모하리만치 솔직하고 거리낌 없었던 필영의 모습 역시 혹자가 보기엔 답답하거나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은 모두 필영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일단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고, 안 되면 순순히 놓아 주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작은 에피소드 안에서 필영과 만나 다양한 조합을 이룬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주인공이 계속 바뀌는 연작 만화나 엽편 소설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의 삽화를 담당한 만화가 김영화의 그림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태어났다. 『만화 동사의 맛』(도서출판 유유)을 통해 글을 이야기그림으로 재탄생시켰던 김영화의 저력은 공간과 사건의 형태를 본능적으로 스케치하는 김필영의 글이 더 돋보이게끔 힘을 보탠다. 

장면 2, “엄마, 나도 힘들어. 그럼 엄마가 키워.”
고된 육아에 첫째에 이어 둘째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자,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린 거 아니냐는 친정 엄마의 말에 필영은 대꾸한다. “엄마. 나도 힘들어. 그럼 엄마가 키워.”
필영의 삶은 매일이 낯설었다. 분명히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늘 어제와 달랐다. 세상은 필영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스스로의 뜻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듯했다. 그래서 필영은 그 흐름에 올라타 버렸다. 뭘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가오는 파도를 따라가며 열심히 연애하고 일했다. 그러곤 갑자기 만난 지 두 달이 안 된 남자와 결혼하고 3년 만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이 책 속의 필영은 어떤 날에는 DVD방에, 어떤 날은 처음 가 보는 거리에, 또 어떤 날은 어린이집에 있다. 삶의 장면은 부지불식간에 계속 뒤집힌다. 문득 어느 순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몸은 매일 죽은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 세포가 자라나는 과정을 거듭하다 7년이 지나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포로 구성된다고 한다. 몸뿐만 아니다. 예전에 쓴 일기를 펼치면 그때의 내가 과연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지 의문이 들 만큼 가치관이 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 그게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고 싶을 만큼 이상한 나. 어제와 오늘, 내일의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마치 서로 다른 사람 같은 필영의 지난 기억들은 하나의 생애 속에 얼마나 무수한 변화가 담겨 있는지 보여 준다.
 
장면 3, “안녕하세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게 된 김필영입니다.”
필영이 결혼 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시작한 일은 글쓰기 수업이었다. 그는 첫 수업을 시작하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게 된 김필영입니다.”
자기 이름조차 불릴 일 없이 엄마로만 살아왔던 필영의 삶에 어느 날 ‘글쓰기’가 나타났다. 두 아이가 뒤죽박죽 어지른 집은 잠시 제쳐 두고, 홀로 쉴 수 있는 아주 잠깐의 짬이 주어지면 필영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쓸 때에만 비로소 시간이 제 것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소한 풍경에서 시작된 그의 화제는 점차 확장되어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미 사라진 시간을 글로 완성하기 위해 필영은 ‘정확하게’ 쓰기로 했다.
어쩌면 잊거나 외면하고 싶었을 언젠가의 자신을 꺼내어 오는 일. 실수나 실패로 얼룩진 날들까지 적확한 말로 되살려 내는 과정을 통해 필영의 삶은 비로소 하나로 엮인다. 세상의 파도를 타고 여기저기를 오갔던 그의 삶은 이렇게 한 권의 에세이로 변하면서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무심한 듯 씩씩하게』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 주고 싶은 에세이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짚으며 재구성하는 모습을 담은 에세이다. 삶이라는 퍼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프롤로그]
마흔이 되려면 _ 13

1장 어제의 필영
그런 밤이 지나가고 _ 25
단골 노래방이 주는 힘 _ 31
그녀에게 배운 것 _ 41
그건 그냥 그런 것 _ 46
빛나는 것은 빛나게 놔두고 _ 49
좋아 보여 _ 53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 _ 61
노래방 도우미 자매 _ 66
할머니 이야기 _ 72
스물넷에는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_ 76
걷는 사이 _ 80
좀 이상한 연애 _ 84
쌤은 코만 딱 고치면 예쁠 텐데 _ 89
그 웃음 _ 94
이 계단을 내려가면 _ 105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게 된 날 _ 111

2장 오늘의 필영
흘러가고, 흘러오는 _ 122
엄마의 눈이 말을 했다 _ 126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도 빛이 있다 _ 131
엄마는 엘사 공주잖아 _ 134
아무도 모르는 산책 _ 146
엄마 노릇 잘 못 하는 엄마 _ 149
저 집은 애들 옷 전부 얻어 입히잖아요 _ 153
“이 어린 걸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_ 157
이상한 엄마가 나왔다 _ 168
언젠가는 말을 듣겠지 _ 173
없으면 빌려요 _ 178
“남편 욕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해.” _ 182
온실 속 화초와 산다 _ 192
남편이 가출했어요 _ 196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 _ 200
코로나 덕분에? _ 205

3장 아마도 내일은
내 이름은 김필영 _ 218
우리 딸은 제기를 잘 찹니다 _ 223
“내 말 듣지 마.” _ 226
나의 밤은 언제 펼쳐지나 _ 231
흰 재킷을 샀다 _ 235
몇 년 만의 쇼트커트 _ 243
요가는 좀 별로던데 _ 249
감정은 일시불로 처리합시다 _ 253
걱정 마, 곧 다시 올 거야 _ 257
심야의 순간 이동 _ 261
그다음은 없어요 _ 272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_ 276
시댁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_ 280
진짜와 함께 살고 있다 _ 290
새로운 익숙한 사람들 _ 295

[에필로그]
가벼운 인생이 어때서요 _ 299

저자

김필영

1988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휴대폰 판매, 아파트 분양 상담사 등 다양한 일을 해 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브런치에서 총 조회 수 135만 회를 기록했다. 현재 지역 글쓰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자

김영화

1985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2011년에 첫 기독교 장편 웹툰 『속기사 마태』를 그렸으며, 2013년에는 크리스천의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한 『공과장』을 연재했다. 『마태복음 뒷조사』와 『구원을 팝니다』 등 종교와 현대 사회에 관한 성찰을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내고 있으며, 그 외에도 스테디셀러 『동사의 맛』을 만화로 재구성한 『만화 동사의 맛』 등 다양한 작업을 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