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인생, 예술』
윤혜정의 ‘예술 3부작’ 마침내 완간
비엔날레부터 세계적인 미술관, 작가의 작업실, 컬렉터의 집, 내 손안까지
예술의 자리에서 경험하고 기록하고 기억한 것들
문화 예술의 최전선에서 움직이는 저자 윤혜정(국제갤러리 이사)이 1990년대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예술 경험들을 시공간적으로 응축한 예술 견문집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가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윤혜정의 ‘예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 편으로, 현대예술의 거장들과 나눈 인터뷰집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2020)과 예술을 감정, 관계, 일, 여성, 일상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사유한 산문집 『인생, 예술』(2022)에 이어, 예술의 ‘장소성’과 ‘시간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즉, 저자로부터 멀고 거대한 예술 공간인 ‘세계 도시’부터 아주 가깝고 작은 ‘손안’까지 작품이 놓이는 풍경에 따라 달라지는 예술적 순간과 경험들, 지식과 사유를 채집하고 발굴해 낸다. 저자가 20여 년간 예술의 자리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 중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간직된 열다섯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베니스비엔날레의 다양한 풍경부터 해외 유수 미술관을 지키는 여러 경비원까지,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130여 점의 컬러 도판이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공간, 인물, 작품을 관통해 빚어낸 인생의 유일무이한 순간
책에는 저자 자신의 일터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수 미술관과 도서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덴마크, 일본 등 세계 곳곳의 물리적 공간이 경계 없이 흐른다. 창작자, 기획자, 컬렉터 등 예술 관련 인물과 그들의 궤적이 그 공간들을 관통하고, 저자 윤혜정은 그 모든 걸 촘촘히 엮어 자신만의 감상과 사유를 더해 유일무이한 인생의 한 조각으로 빚어낸다.
예를 들어 베니스비엔날레나에 갈 때마다 전시를 모조리 봐야 한다는 강박에 더해 혹시 놓치는 전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시달린 그녀가 뜻밖의 전시장에서 ‘해방의 자유와 깨달음’을 맛본다거나,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제왕적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사라진 예술가 테칭 시에의 극적 대비가 돋보이는 ‘인생 전시’를 만난다거나, 일본 나오시마 마타베에서 양혜규의 낮 전시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밤 전시를 통해 ‘아름다운 공생’에 대해 새롭게 곱씹어 보는 식이다.
또한 구순의 나이에 약 2만 킬로미터를 이동,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주로 스튜디오를 옮겨 작업을 이어 가는 김윤신 작가로부터 ‘삶과 일의 이상적 관계’를 고찰한다거나, 한국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덴마크와 미국 컬렉터들의 집에서 ‘소유하는 사랑의 실체’를 대면한다거나, 일터에서 추상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일상 언어로 전달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을 밝힌다거나, 손안의 책을 통해 예술계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 내기도 한다.
누군가가 살뜰히 기억해 주는 한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중심으로 약 130점의 컬러 도판이 함께 실린다. 윤혜정의 시선에서 촬영된 사진은 마치 그녀와 함께 예술 기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혼자라면 가지 않았을 베니스비엔날레의 체르토사섬, 혼자라면 느끼지 못했을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의 황홀함, 혼자라면 알지 못했을 디종 콩소르시옴이라는 공간 등 이 책에는 누구보다 예술에 온 마음을 쓰고, 그것을 나누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윤혜정 덕분에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예술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탄생에는 반드시 소멸이 뒤따른다. 사람도 그러하고 자연의 많은 것들도 그러하지만, 저자는 이번 책에서 “누군가가 살뜰히 기억해 주는 한 그 무엇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은 채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와 있다.
저자
윤혜정
20년 넘게 문화예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동시대 예술 거장들의 삶과 철학을 전달해 온 에디터. 『필름 2.0』의 창간 멤버로 에디터 생활을 시작한 후, 『하퍼스 바자』와 『보그』에서 피처 디렉터로 오랜 세월 활동했다. 패션과 예술의 공존을 조명하는 『바자 아트』를 창간했으며, 저서로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2020), 공저로 『김중업 서산부인과 의원: 근대를 뚫고 피어난 꽃』(2019)이 있다. 현재 국제갤러리 이사로 재직 중이며, 『보그』, 『하퍼스 바자』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첫 책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이 그동안 만나 온 수백 명의 아티스트 중 19명을 엄선하여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고 있다면, 『인생, 예술』은 저자가 현대미술을 경험하고 자기 방식으로 체화한 사적인 고백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