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출간돼 많은 언론의 주목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은 『위대한 패배자』가 출간 20주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본문을 전반적으로 다듬으면서 낡은 표현을 바꾸고 불분명했던 부분을 보완했으며, 각주를 더하고, 도판 일부를 교체 및 추가했다. 이 책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진, 승리자보다 위대한 패배자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들은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 질투로 눈먼 자의 모략으로 추락했고, 동료에게 업적을 빼앗기거나 본인이 판 구덩이로 걸어 들어갔다. 성공은 능력이나 노력만으론 얻을 수 없고,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눈부신 재능을 가진 그들의 삶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책은 승리자보다 뛰어났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 이들의 빛나는 업적과 아름다웠던 과정,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했던 마음, 죽는 순간까지 지켜 낸 굳은 신념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들에게 표하는 경의이자 우리에게 위안이 된다.
“승리자로 가득 찬 세상보다 끔찍한 것은 없다.
그나마 삶을 참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패배자들이다”
우리 사회는 경쟁 체제를 만들어 더 높이 오르라고 부추기고 있다. 학창 시절의 등수 경쟁부터 입학과 취업 경쟁, 직장 내 실적 경쟁 그리고 이후의 삶 속에서도 갖가지 경쟁이 이어진다. 심지어 TV를 켜면 노래, 요리, 춤 등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넘쳐 난다. 하지만 승리자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프로그램에서도 함께하는 이들을 배려하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참가자는 비록 최종 우승을 거머쥐지 못 해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그 참가자에게 가슴 아픈 사연이나 특별한 서사가 있으면 더 큰 사랑을 얻는다. 이 책 속의 인물들도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가장 빛나는 순간에 질투로 인한 계략으로 나락에 떨어지기도 하고, 가까운 동료에게 공로를 빼앗기기도 하며, 스스로 구덩이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이 책은 묻혀 있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위인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우리는 위대한 패배자들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깨닫는다”
볼프 슈나이더는 이 책을 쓰기 몇 년 전 집필한 『만들어진 승리자들』에서 “백과사전에 이름이 실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거칠고 비정하고 역겨운 사람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운이 좋았던 승자들과 달리 『위대한 패배자』 속 패자들은 눈부신 재능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여신에게 외면당했다. 혁명에 성공했음에도 또 다른 혁명 험지에 뛰어들어 철저하게 패배한 체 게바라, 강철같이 단단한 글로 벼려 낸 천재적인 작품으로 찬탄받았지만 검열의 압박에 짓눌린 이사크 바벨, 독일군 암호를 해석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컴퓨터의 완벽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배척당한 앨런 튜링, 성공적으로 혁명을 완수했고 대중의 사랑 또한 받았지만 스탈린에게 죽임당하고 공로도 빼앗긴 트로츠키, 공동 작업을 통해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이끌었지만 동료에게 노벨 화학상을 빼앗긴 리제 마이트너, 사후에는 명성을 얻었지만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빈곤 속에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빈센트 반 고흐⋯⋯. 이 책은 승리자보다 뛰어났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 이들의 빛나는 업적과 아름다웠던 과정,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했던 마음, 죽는 순간까지 지켜 낸 굳은 신념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들에게 표하는 경의이자 우리에게 위안이 된다.
“위대함은 단순한 우연이고, 천재성이란 인형극이며,
인간의 노력이란 확고부동의 법칙에 대한 가소로운 몸부림일 따름이다”
이 책은 정치, 문학, 과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다 좌초된 위인들의 삶을 열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같은 정열가,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졌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인물, 비열한 승자와 대비되는 아름다운 행적을 보여 주며 우리에게 살아갈 방향을 그리게 하는 위인 등 그들의 실패는 다양한 모습으로 와닿는다. 그들에게 그랬듯 운명은 우리에게 승리를 선사하기도 하고, 패배를 안겨 주기도 한다. 승패의 결과는 우리 손에 있지 않다. 다만 우리는 작고 아름다운 것을 꿈꿀지, 자기 욕심만 그득한 꿈을 좇을지, 무모해 보이지만 가치 있는 꿈을 따라갈지 정할 수 있다. 역사는 꿈을 좇던 길의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과정들 또한 보여 준다. 『위대한 패배자』의 위인들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님을 삶의 여정을 통해 이야기한다. “‘성공만큼 성공적인 것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가끔은 ‘실패만큼 성공적인 것이 없다’라는 말이 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
볼프 슈나이더
『위대한 패배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볼프 슈나이더는 ‘독일어의 교황’으로 불리는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언론인이다. 1925년 에어푸르트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자란 슈나이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징집되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1947년부터 뮌헨의 『노이에 차이퉁』 기자로 일하기 시작하여, AP 통신사 기자를 거쳐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워싱턴 특파원이 되었다. 1966년 『슈테른』으로 옮겨 편집장과 사장을 역임했다. 1971년부터는 함부르크 『디 벨트』의 편집국장이 되었다. NDR 방송의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79년에 설립된 ‘함부르크 언론인 학교’에서 1995년까지 교장을 지냈다. 1994년에는 독일 언어학회가 수여하는 ‘언어문화 미디어상’을 수상했다. 슈나이더는 20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이다. 그의 주요 저술 분야는 ‘언어’와 ‘문화사’이다. 지은 책으로 『위대한 패배자』, 『진정한 행복』, 『바빌론에 대해서: 주변 도시들의 역사』, 『네안데르탈인: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진화』, 『저널리즘 교본』 등이 있다.
역자
박종대
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쾰른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현재 유럽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소개하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위대한 패배자』,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 『임페리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자연의 재앙, 인간』, 『인식의 모험』,『운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