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탄생 100주년 기념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
“소설의 역사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 작품”
『뉴요커』
올해로 출간 100주년을 맞는 『댈러웨이 부인』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42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노벨연구소 100대 세계문학 작품이자 BBC 선정 위대한 영국 소설로도 꼽힌 이 작품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로 20세기 영미 문학사의 걸작이자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 문학에도 영향을 끼친 고전이다.
『댈러웨이 부인』 탄생 100주년 기념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서구 모더니즘 문학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여름 런던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인물들이 펼쳐 보이는 섬세한 내면이 텔레파시로 소통하며 서로 미묘하게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소설은 버지니아 울프만의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대표한다. 인물의 의식을 본격적으로 문학적 형식에 도입한 『댈러웨이 부인』은 매우 독특한 서술 방식이 돋보인다. 서술자가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인용 부호 없이 곧바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물의 내면이 삼인칭 서술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주인공의 내면 독백을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친밀감을 느끼다가 때로는 제삼자의 시선을 통해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의 정도에 따라 인물의 의식과 무의식 혹은 기억 등에 밀착되기도 하고, 반대로 서술자나 인물에게 비판적 거리를 갖기도 한다.
울프는 중심인물뿐 아니라 플롯 전개에 핵심적이지 않은 주변 인물들의 내면까지도 이러한 서술 방식을 통해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들의 감정과 의식, 사유는 서로 고립되어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비추며 교차하고 공명함으로써, 직접적이고 의식적인 소통 없이도 미묘하게 얽히고 연결된다. 독자는 이러한 인물들의 의식을 따라가면서 상황 묘사나 정보를 제공받지 않고도 그들이 마주한 역사적 현실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전개 또한 순차적인 구성보다는 다양한 인물의 독백이나 에피소드를 병치하거나 특정 인물의 의식에 클로즈업하듯 집중하며, 과거의 기억이 예고 없이 현재로 소환되는 플래시백 기법 등을 통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시도하고 완성한
버지니아 울프의 걸작
『댈러웨이 부인』은 인간의 내밀한 의식뿐만 아니라 외적인 사회적 통합과 치유를 지향하는 국가적 노력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이면의 억압과 배제, 희생을 면밀히 파헤치는 일종의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6월의 런던에는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총리를 연상시키는 고위직이 탄 차량에서 낸 소음이 총성처럼 울리기도 하고,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귀국한 용사가 외상후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작품 전반에 울려 퍼지는 빅 벤의 종소리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키며, 존재의 유한함과 삶의 무상함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저자가 이 작품에서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이러한 외적인 억압 아래에 숨어 있는, 좀 더 은밀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삶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울프가 폭로하는 가부장제, 제국주의, 군국주의, 계급 체제 등 다양한 사회 시스템은 모두 인간답고 자유로운 삶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을 침해한다. 이러한 사회 체제는 죽음처럼 보편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 특권층의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작품의 주인공인 클라리사는 결혼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잃고 단순히 댈러웨이 부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낀다. 또 다른 주인공인 셉티머스는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전쟁에 참전하고 나서 환각과 환청, 불면에 시달린다. 그의 치료를 맡은 정신과 의사들은 억압적 사회 시스템의 대표적 화신이다. 그들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규정하고 신체를 통제하며, 사회 부적응자들로 분류된 이들을 격리하거나 처벌함으로써 치료와 국가 질서의 명목으로 자신의 권위를 공고히 한다.
이처럼 불합리한 세상을 농밀하게 그려낸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은 문학적 표현이나 작품에 녹아든 주제 의식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완숙기에 접어든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걸작으로 오늘날 20세기 영미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전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
버지니아 울프
역자
손영주
서울대학교에서 언어학과 영문학을 공부하고 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을 거쳐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영국 소설과 비평 이론을 전공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 영국 및 영어권 소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Here and Now: The Politics of Social Space in D. H. Lawrence and Virginia Woolf(Routledge, 2006)』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