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음악 저술가이며 클래식 음악 방송 진행자인 정준호 씨가 3년의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것으로, 스트라빈스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명료하게 해설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아직도 우리에게 친숙한 작곡가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주로 소비되는 클래식 음악이 19세기 낭만주의 레퍼토리에 편중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다양한 면모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 정준호 씨의 이 책은 한국인이 스트라빈스키에 대해 처음 시도하는 본격 전기로서, 스트라빈스키가 접근하기 어려운 작곡가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했던 위대한 예술가이자 20세기 한가운데에서 활약했던 <교통인>으로서의 스트라빈스키의 면모가 가식 없는 문체로 생생하게 묘사된다.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스트라빈스키 전기
1999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을 선정하면서 그 중 한 명으로 스트라빈스키를 선정했다. 아마 우리는 이 사실에 별 감명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100이라는 숫자는 뭔가 특별한 것이 되기에 너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 100대 인물 중 클래식 음악계에 속하는 사람은 스트라빈스키 단 한 명뿐이었다는 점은 밝혀 두어야 한다. 대중 음악가에게 여섯 자리를 할애한 『타임』이 클래식 음악가에게 단 한 자리를 배정했을 때, 이를 차지한 사람은 쇤베르크도 슈톡하우젠도 아니고 칼라스도 카라얀도 아닌, 그였다는 것을.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스트라빈스키가 부단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변화시키고 재창조해 왔음을 강조하면서, 이것이 자신만이 아닌 현대 음악 전체의 혁신으로 귀결되었음을 다음과 같은 적절한 말로 요약했다. “그의 작품에 의해 변화하지 않은 작곡가는 아무도 없다.”
이렇게 공인된 스트라빈스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는 국내 독자들은 음악사 교과서에 서술된 몇 페이지나 각종 클래식 음반 가이드의 단편적인 언급 외에는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런 실정에서 <스트라빈스키>의 전모를 해설한 한 권의 책이, 그것도 외국서의 번역이 아닌 한국인의 시각에 의한 <스트라빈스키> 전기가 출현한 것은 큰 의의를 지닌다.
<불새>와 <봄의 제전>으로 20세기 벽두에 충격을 주며 등장했던 스트라빈스키. 그러나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주었던 초기 작품들에 비해 신고전주의와 음렬 음악의 영향을 받았던 그의 중기와 후기의 음악 세계는 특히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알기 쉽고 친절한 서술을 통해 스트라빈스키가 접근하기 어려운 작곡가라는 막연한 선입관을 타파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사의 거인이었을 뿐 아니라, 디아길레프에서 피카소, 오든에서 존 F. 케네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사들과 인연을 맺었던 글자 그대로 20세기의 중심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한 그의 삶은 음악을 논외로 하더라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저자는 스트라빈스키의 인생을 러시아 시대, 스위스 시대, 프랑스 시대, 미국 시대라는 네 단계로 구분하고, 스트라빈스키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장 제목으로 삼아, 현대 음악에서 공동 작업의 중요성을 통찰하고 있었던 스트라빈스키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했다. 당장 그의 음악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여러 일화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그의 인간성과 작품에 친근감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중요한 의의는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국내인의 최초의 저작이라는 점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우리가 정직하게 직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성실하게 탐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저술가이자 음악 방송 진행자로서 클래식 음악 보급의 최일선에 서 있는 저자의 진단은 냉정하다. <클래식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그리고 <계몽이 필요하다고 예술가 스스로 확신한다면, 대중 한가운데 서야 한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문제에 일정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음악이 주변부 - 즉 공연물의 반주 음악 - 로 밀려나기 시작했을 때 음악의 위치를 확보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기꺼이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대중이 원하는 바를 꿰뚫고 그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음악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그의 수많은 협력 작업과 20세기 한가운데서 신고전주의 양식의 개발이라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이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실려 있다.
머리말
감사의 글
1 러시아 시대(1882~1914)
1.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2.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3. 바슬라프 니진스키
4.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2 스위스 시대(1914~1920)
5. 프로코피예프와 쇤베르크
6. 피카소와 마티스
3 프랑스 시대(1920~1939)
7. 드뷔시와 사티
8. 바흐, 베토벤, 베버
9. 장 콕토
10. 차이콥스키
11. 앙드레 지드와 폴 발레리
12. 조지 발란신
4 미국 시대(1939~1971)
13. 리하르트 바그너
14. W. H. 오든과 토마스 만
15. 로버트 크래프트와 안톤 베베른
에필로그: 우리 시대의 클래식이란 무엇인가?
스트라빈스키 작품 연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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