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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8

천사의 음부

Pubis angelical

마누엘 푸익 , 송병선

412쪽, B6, 12,000원

2008년 08월 20일

ISBN. 978-89-324-03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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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키스』의 작가 푸익의 대표작이자 남성 작가가 쓴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 멕시코의 한 병원. 아르헨티나에서 온 젊은 여성 아니타는 암치료를 받고 있다. 친구인 베아트리스, 애인인 포지가 그녀의 문병객이다. 전형적인 중산 계급에서 자라난 아니타는 페미니스트인 베아트리스와도, 그리고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부터 만났던 좌익 변호사 포지와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수술 뒤 호전되지 않는 병세에 초조해하고 있는 그녀의 백일몽 속에서 두 명의 여인이 나타난다. ‘여주인’은 1930년대에 살고 있는 유럽 여성으로, 갑부인 남편에게서 도망친 뒤 할리우드에서 스타가 된다. 또 한 명의 여성인 ‘W218'은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익명의 남성들과 성관계를 갖는 일을 하고 있다. 여전히 아르헨티나 정치 운동과 관련을 갖고 있는 포지는 어느 날 아니타에게 대단히 위험한 제안을 하는데...... 소설 첫머리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여주인’이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 남편이 남겨 놓은 다소 황당한 내용의 메모를 읽게 되는데, 이 장면은 별다른 설명 없이 줄을 바꾸어 현실의 인물 아니타와 베아트리스의 대화 장면으로 넘어간다. ‘여주인’이 아니타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여자라는 사전 설명은 없으므로, 독자는 여기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즉 저자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인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라면 ‘영화 이야기를 해줄게. 어느날 여주인공이 눈을 떠보니...’라고 친절하게 구획을 지어주었을 것이, 『천사의 음부』에서는 생략이 되어 있는 것이다. ‘여주인’이나 ‘W218'과 같은 무의식 속의 등장인물들은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나면서 소설 마지막까지 현실의 등장인물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것은 『거미 여인의 키스』가 두 남성(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루는 영화들도 하나의 작품으로 규격화된 상태였던 것과는 달리, 『천사의 음부』는 직접적으로 여성이 화자이며 주인공의 환상 속에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하나의 완성된 작품에서 온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여러 요소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사의 음부』는 1970년대에 가열되었던 페미니즘과 라캉적 정신분석학(소설에도 언급되듯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보다 앞서서 라캉을 인정한 나라였다)의 논의를 음미하며 쓰여진 소설로,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도래할지 모를 ‘이상사회’에서) 여성의 운명을 묻고 있다. 『천사의 음부』 출간 후 푸익이 가진 인터뷰는 소설의 핵심을 간결하게 알려 주고 있다. “여주인공은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단지 남성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섹스 대상이 되도록 교육받으며 자라났습니다. 다시 말해, 남자들은 사치스러운 그녀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고, 그녀는 이런 남자의 말에 순종하도록 교육받았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자라 왔지만, 이런 사회 규범에 반기를 듭니다. 그러나 반기를 드는 것은 그녀의 의식이 아니라, 바로 그녀의 성기(性器)입니다. 그녀는 자기를 전통에 입각하여 대하는 남자와 결혼하지만, 어느 순간 섹스의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을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함부로 말하지 못한 두려움 중의 하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조차 자기가 섹스 대상으로만 다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그 여주인공이 고백할 수 없었던 두려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 마누엘 푸익,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