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죽음에 잠식된 뭉크의 예술을
문학적 감수성과 엄밀한 고증으로 밝혀낸 걸작 전기
대표작 《절규》와 마찬가지로 뭉크의 삶에도 불길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있었다. 어릴 때부터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는 뭉크의 삶을 짓눌렀다. 뭉크 자신이 몸이 약했을 뿐 아니라 다섯 살 때부터 서른두 살이 되기까지 어머니를 시작으로, 누나, 아버지, 남동생의 죽음을 차례로 감당해야 했다. 기혼자였던 첫 번째 연인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또 다른 연인에게 총격을 입은 사건은 그로 하여금 정상적인 여성상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이미 어릴 때부터 그림으로써 마음속의 상처를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에게 예술은 벼랑 끝의 자기 구원이자 신앙이었다. 그는 보이는 대로 그리기보다 인간 영혼의 보편성을 포착해내기를 원했으며 19세기 말의 허무주의, 무정부주의, 악마주의를 배경으로 한 그의 예술은 베를린 분리파와 표현주의의 태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엄청난 분량의 일기와 서한을 남겼는데, 현재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에서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 수 프리도는 그 자료들을 성실하게 고증하는 한편,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로 독자들의 생생한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화가의 전기이기도 하지만,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세기말 세기초의 문화적 정신적 풍경을 알려주는 한 권의 문화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면의 화가였던 뭉크의 정신적 삶을 묘사하기 위해 저자는 당대를 휩쓴 다윈주의, 공산주의, 과학주의, 악마주의와 같은 사조들을 비롯하여, 뭉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결코 피상적인 관계를 맺지 않았던 도스토옙스키와 니체의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를 던지고 있다.
오슬로 지도
노르웨이 부분 지도
옮긴이의 말
머리말
제목과 연대기상의 문제들
뭉크가 사용한 물감과 재료
제1부 흔들리는 생명
1. 수줍은 영혼들, 1863년 이전
2.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1864~1868
3. 크리스티아니아에서의 성장기, 1869~1875
4. 핏빛 깃발, 1876~1877
5. 신앙심의 상실, 1878~1881사치를 맛보다
제2부 영혼의 미술
6. 나는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1879~1881
7. 갈색 소스는 이제 그만, 1882~1885
8. 계산된 유혹, 1885
9. 아침 식전의 몇 잔 술, 1883~1886
10. 비누 미술과 영혼의 미술, 1886
제3부 위대한 시기
11. 미덕은 사기다, 1886~1889
12. 생클루 선언, 1889~1890
13. 괴짜, 1890~1892
14. 신은 죽었다. 베를린, 1892~1894
15. 메멘토 모리, 1894~1896
제4부 삶의 프리즈
16. 마법의 암살자, 1896~1900
17. 삶의 춤, 1897~1899
18. 죽음과 소녀, 1899~1901
19. 총격, 1902
20. 지옥의 자화상, 1903~1908
제5부 이루어지지 못한 바람
21. 소름끼치는 광기의 얼굴, 1907~1909
22. 태양, 태양, 1909~1916
23. 내 영혼은 어디로 갈 것인가? 1914~1922
24. 퇴폐미술, 1922~1940
25. 죽음이 나를 인도하다, 1940~1944
지은이 주
에드바르 뭉크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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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쉬 프리도
영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에서 세례를 받았고 두 나라를 오가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피렌체, 파리, 런던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이 덕분에 그녀는 영어권에서 뭉크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에 발표한 《에드바르 뭉크》는 뉴욕 타임스로부터 “평전을 문학 작품의 경지로 승화시켰다”고 격찬을 받았고 영국의 가장 오래된 문학상인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James Tait Black Memorial Prize) 전기 부문을 수상했다.
이 책은 런던의 왕립 학술원(Royal Academy, London)에서 2005년 10월에 있었던 《Edvard Munch By Himself》전에 맞춰 출간된 것으로, 수 프리도는 30년 만에 열린 뭉크의 미국 전시회였던 2006년 2월 뉴욕 현대미술관의 《Edvard Munch: the Modern Life of the Soul》에 초청되어 뭉크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역자
윤세진
1970년에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술’ 개념의 탄생과 근대적 미술인식>을 비롯한 근대미술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저서로는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예술의 달인, 호모 아르텍스》가 있다. 현재 서울대와 강원대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연구 공간 수유+너머에 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