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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37

죽은 혼

Mertvye dushi

니콜라이 고골 , 이경완

584쪽, B6, 15,000원

2010년 10월 30일

ISBN. 978-89-324-0367-0

이 도서의 판매처

1권에서 주인공 치치코프는 러시아 지방 도시 N에서 마닐로프, 코로보치카, 소바케비치, 플류시킨 등 이 지방 지주들에게서 죽은 농노를 성공적으로 구입한다. 그 과정에서 현지사에서 경시총감에 이르는 지방 관료들까지 참여한다. 그들은 치치코프의 매력적인 언행과 옷맵시, 화려한 사교계의 언어를 보고 그를 대단한 부자이자 교양인으로 여겨 환대하고, 그가 구입하는 농노가 죽은 농노인 줄도 모르고 그의 농노 구입을 도와준다. 치치코프는 왜 죽은 농노들을 구입하려 했던 것일까? 

당시 제정 러시아에서는 7~10년의 간격을 두고 인구 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사이에 사망한 농노들에 대해서 지주들은 부당하게 인두세를 지불해야 했다. 치치코프는 실제로는 죽었지만 호적상으로는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농노들을 싸게 구입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을 빌려 밑천을 잡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방만한 생활로 카드놀이 등으로 빚더미에 앉아 인두세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지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즉 치치코프는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활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농노 구입 이후, 치치코프는 현지사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갔다가 이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열여섯 살의 소녀를 발견한다. 그러자 귀부인들은 질투 어린 시선을 던지고, 치치코프와 현지사의 딸인 소녀를 맹렬히 공격한다. 마침 죽은 농노 매매를 거부했던 노즈드료프가 술에 취해 나타나 치치코프가 죽은 농노들을 샀다고 폭로한다. 이후 치치코프에게 농노를 판 코로보치카마저 죽은 농노 매매 사실을 폭로하자 귀부인들은 이를 그와 현지사 딸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도피 행각으로 연결시키고, 관료들은 이를 최근의 불미스러운 범죄 사건과 연결시킨다. 이렇게 N시 전체에 치치코프의 정체성에 대한 뜬소문과 유언비어, 환상적인 이야기가 걷잡을 수없이 퍼져 치치코프는 N시를 조용히 빠져나온다. 

 

2권은 세월이 흘러 약간 늙었으나 언행이 더 세련되어진 치치코프가 역시 같은 목적으로 한 지주에게서 죽은 농노를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치치코프는 텐테트니코프, 베트리셰프, 레니츠인 등에게서 죽은 농노를 구입하는 데 성공하고, 코스탄조글로에게서는 1만 루블을 빌려 흘로부예프의 비옥한 영지를 저렴하게 매입하고, 흘로부예프의 아주머니 하나사로바의 유언을 조작하여 막대한 유산을 가로챈다. 그는 한때 코스탄조글로의 영지 경영 방식을 들으며 건실한 지주로 아름다운 가정을 일구는 꿈을 꾸기도 하고, 전매 독점 상인 무라조프의 종교적 훈계를 들으며 기독교인으로 시골에서 소박하게 참회하며 살기로 작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주위의 모사꾼들이 치치코프를 유혹하여 그는 다시 죄의 길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추악한 죄들이 밝혀져 총독에게 잡히고 천하의 사기꾼에 불한당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무라조프의 도움으로 풀려나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다. 무라조프와 기독교적인 통치 방식을 진지하게 논의한 총독인 젊은 공작은 지방 관료와 법관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들의 부패와 불의를 군사 재판 식으로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가슴속에 숨겨진 러시아 정신을 강조하며 각자 자신의 의무와 이 땅에서의 사명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이 소설은 농노 체제를 기반으로 한 19세기 러시아 지주 사회의 도덕적 퇴폐, 관료 체계의 모순과 부정 등을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 그려낸,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인 “죽은 혼”은 중의적인 표현으로서, 문자적인 의미로는 ‘죽은 혼’이고, 19세기 러시아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로는 ‘죽은 농노’라는 뜻이다. 고골은 종교적인 뉘앙스가 담긴 “죽은 혼”이라는 제목으로 동시대인들의 삶의 비속함을 풍자하고자 했다. 기독교에서 악인은 영적으로 잠들어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 상태로 비유된다. 고골은 『죽은 혼』에서 비속한 사람 혹은 악인은 몸은 살아 있으나 영혼은 죽은 것이아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비유적으로 “죽은 혼” 혹은 “산 송장”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제1권
제2권


해설: 고골의 삶과 문학 세계
판본 소개
니콜라이 고골 연보

저자

니콜라이 고골

체호프, 푸시킨과 더불어 러시아의 대문호로 일컬어지는 니콜라이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 폴타바의 소지주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친러시아적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정교 문화를 접하며 성장했다. 10대에 러시아 낭만주의 문화를 접하기도 했던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상경해 하급 관리로 생활하면서 낭만주의적인 우크라이나 창작 설화집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Vechera na khutore bliz Dikan’ki)』를 발표한다. 이 설화집은 푸시킨, 주콥스키 등 당시 최고 문인들과 벨린스키 같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고골은 이내 러시아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그는 문학 비평과 역사 비평을 수행하며 페테르부르크에서 역사 교사와 역사학 교수를 지내다가 키예프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에 지원하는데, 그 자리를 얻지 못하자 ‘작가로서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1835년 초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 『미르고로드(Mirgorod)』와 문화-역사 비평 에세이들로 구성된 『아라베스크(Arabesques)』를 출간하고, 1836년에는 희곡 「감찰관(Revizor)」과 단편 소설 「코(Nos)」를 발표하면서 푸시킨과 함께 러시아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독자와 관객들이 「감찰관」을 사회 풍자 혹은 가벼운 소극(笑劇)으로만 인식하고, 일부 관객은 이를 러시아에 대한 모독이라고 분개하는 데 상처를 받고 1836년 말 유럽으로 떠나 1848년까지 로마에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1842년에 장편 소설인 『죽은 혼』 1부를 발표했으며 이후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온 직후 모스크바에 정착하여 종교적인 정진에 힘쓰면서 『죽은 혼』 2부에 전념하여 1851년 완성본을 탈고한다. 고골은 자신의 영적 지도자였던 정교 수도사에게 『죽은 혼』 2부의 평을 부탁했으나 몇몇 부분이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낙담해 원고를 불태웠다. 이후 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고골은 정교의 대정진 기간에 금식을 극단적으로 수행하다가 눈을 감았다.

역자

이경완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고골 문학의 아라베스크 시학 연구 : 『아라베스끼』 문집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고골의 『죽은 혼』 등이 있으며, 대표 논문으로 「성서 해석학의 관점에서 고골의 종교성 고찰」, 「고골, 우크라이나인 그리고/혹은 러시아인? : 성서적 기독교의 관점에서 고골의 민족적 정체성의 양가성에 대한 고찰」, 「로트만과 고골의 대화 : 기호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신화적 인식을 중심으로」, 「체홉의 ‘소삼부작’에 나타나는 상자성의 중첩 구조」, 「근대 자유주의와 푸시킨의 오리엔탈리즘의 모호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