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식탁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기후 위기의 시대, 로컬 식재료로 차려 내는
회복과 연대, 희망의 한 상 차림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는 그리스 장군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20년에 걸친 여정을 그린 서사시다. 결국은 ‘회귀’, 즉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이야기인데, 여기에서 이름을 빌린 ‘로컬 오딧세이’는 잃어버린 맛을 찾아 로컬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미식 행사의 명칭이자, 그 내용을 정리한 본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세 명의 저자는 각각 요리사, 음식탐험가,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로 해당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우리의 미식 경험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고 소비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 끼를 먹더라도 그 재료를 내어 준 우리의 행성 지구와 지역의 생산자,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식문화까지 지켜 나갈 때 지속 가능한 미식의 여정을 이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한국어 표준 표기는 ‘오디세이’, ‘오디세우스’가 바르나, 본서의 저자들은 ‘로컬 오딧세이’라는 명칭을 고유 브랜드로 삼아 활동해 왔다. 이러한 맥락을 반영하여, 본서 및 관련 자료에서도 ‘오딧세이’, ‘오딧세우스’라는 표기를 사용하였다.)
다양성이 파괴된 우리의 행성을 지키기 위한 미식의 시간
기후 위기는 우리 시대의 이름이 되었다. 날씨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가축과 작물들도 인간처럼 직접적 피해의 당사자다. 집단 폐사, 흉작이 일상이 되어 간다. 이는 다시 먹거리의 위기로 이어진다. 위기의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식재료를 둘러싼 소비 편중이 음식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풍요 속 빈곤’의 상태에 처해 있다. 마트에 가면 전 세계 음식이 다 있고, 계절 상관없이 원하는 걸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걸 다양성으로 착각한다.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진짜 다양성은 맛이 다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음식 문화가 유지되고, 제철 식재료가 살아 있고, 용도에 따라 다양한 품종을 선택할 수 있고, 세대 간에 이어지는 조리법과 기억이 공존하는”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다양성이다.
각각 요리사, 음식탐험가로 활동하던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속이 가능한 미식을 연구하는 ‘아워플래닛(ourplanEAT)’을 만들었다. 본서의 제목이기도 한 ‘로컬 오딧세이’는 특정 지역을 선정해 그곳의 식재료와 식문화를 심도 있게 취재하고, 이를 여섯 개의 요리로 이뤄진 디너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아워플래닛의 메인 행사다. 이 책은 그 여정 중에서도 바다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각 지역만의 고유한 식재료를 탐구하고, 그것을 요리로 풀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런 것도 먹을 수 있나’ 싶은 것부터 익숙한 재료가 전혀 새로운 요리로 탄생하는 순간, 아울러 지역 생산자들과의 정감 넘치는 교류 속에서 독자들은 ‘오래된 미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지역의 식재료에서 지속 가능성 포인트를 발견하다
유럽어권에서 ‘바다의 아네모네’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말미잘을 식재료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기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말미잘을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해 왔다. 저자들은 붕장어를 잡는 과정에서 함께 걸려 올라오는 부수 어획물인 말미잘을 요리해 먹던 기장의 식문화에서 지속 가능성 포인트를 발견했다. 기장 사람들은 탕, 수육, 전 요리에 말미잘을 활용하지만 ‘로컬 오딧세이’라는 디너 행사로 내는 말미잘 요리에는 또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아워플래닛의 김태윤 셰프는 말미잘 전에 주목하던 중, 대만식 파 전병인 총유빙을 떠올린다. 마침 제철을 맞은 아씨정구지(‘초벌 부추’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를 파 대신 넣음으로써 창의성을 한 숟갈 더한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수 어획물, 때로는 그냥 버려지기도 하는 생물이 식탁 위 근사한 한 끼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자, 우리 세대가 추구해야 할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실천의 풍경이다.
한편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인 성게는 그 자체를 소비하는 것만으로 바다를 지킬 수 있기에, 저자들이 행사를 통해, 또 이 책을 통해 죄책감 없이 마음껏 먹으라고 이야기하는 드문 식재료 중 하나다. 이는 성게가 해조류를 무차별적으로 갉아 먹어, 바다 사막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우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성게의 생식소는 보통 날것으로 먹는 방식이 가장 잘 알려졌지만, 지역의 식문화를 들여다보면 그 방식에도 다양성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앙장구(‘성게’의 경상도 방언)는 통째로 쪄서 숟갈로 퍼묵으면 꼬숩고 맛있”다는 기장 사람들의 말은 셰프에게 영감의 단초가 된다. 그렇게 서울의 주방에 안착한 성게는 우유와 함께 갈린 퓌레 상태로 구워져 ‘스페인 갈리시아풍 앙장구 그라탱’이라는 퀴진으로 재탄생한다.
요리책이자 로컬 공부책,
무엇보다 환경을 향한 실천과 노력이 빛나는 책
이 책의 저자인 김태윤, 장민영, 황종욱은 서로 다른 형태로 오랜 시간 ‘음식’과 인연을 맺어 왔다. 셰프이기도 한 김태윤은 아워플래닛 이전에 이미 지속 가능성을 모토로 한 컨템포러리 퀴진을 포함해 여러 식당을 운영한 이력이 있고, KBS 〈한국인의 밥상〉 취재 작가로 일한 장민영은 아워플래닛 대표이자 국제 해양관리위원회(MSC)의 한국 홍보 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 황종욱은 대중을 상대로 음식 문화사 강연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세 저자의 전문 영역이 모두 조금씩 녹아 있다. 추천사를 쓴 박찬일 셰프의 표현대로 “요리책으로 봐도 되고, 로컬 공부책으로 써도 되는” 『로컬 오딧세이』는 무엇보다 우리 시대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환경’ 문제를 향한 저자들의 실천과 노력이 빛나는 책이기도 하다. 김태윤 셰프가 직접 찍은 독도 바다의 대황 숲은 파괴가 일상이 되기 전의 모습을 가까스로 간직하고 있다. 그 밖에도 책 속에는 총천연색의 빛깔을 간직한 우리 자연과 그 산물들의 사진이 풍성하게 실려 있다. 그 빛깔을 지키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태윤
요리사. 사학을 전공한 뒤 세계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일본 도쿄의 핫토리 영양전문학교를 수료했다. 두바이와 국내의 여러 주방에서 쌓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유러피언 퀴진 ‘7PM(세븐피엠)’, 다국적 요리 주점 ‘주반’, 지속 가능성을 모토로 한 컨템포러리 퀴진 ‘ITHACA(이타카)’의 오너 셰프로 활동했다. 현재는 ‘아워플래닛(ourplanEAT)’의 부대표로, 음식과 생활 속 지속 가능성을 화두 삼아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식탁 위의 변화와 환경 문제의 접점을 찾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며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abu_kim_ty
저자
장민영
음식탐험가. 생명과학과 전통 식생활 문화를 전공한 뒤, KBS <한국인의 밥상> 취재 작가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곳곳을 취재하고, 그 맛을 기록하는 일을 해 왔다. 지역의 제철 식재료와 숨어 있는 맛을 찾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다양한 채널로 확장하고 있으며, 환경과 미식,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에 집중한 지속 가능한 미식을 제안하는 ‘아워플래닛’ 대표다. 국제 해양관리위원회(MSC)의 한국 홍보 대사로 활동 중이며,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과 미식을 알리는 행사 기획・매체 기고・포럼 참여 등을 통해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foodexplorer_min02
저자
황종욱
번역가. 불문학과 지역학을 전공하고 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한국법령정보원 등 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직장 생활과 음식 문헌 전문 번역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면서 『타유방의 요리서』(2016), 『공화국 요리사』(2019)와 같은 번역서를 출간하고, 르 꼬르동 블루 숙명・부산 아난티 코브・주한 프랑스대사관 등에서 음식 문화사 관련 대중 강연을 진행했다. 국내 독자들에게 근대 이전 유럽의 요리서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yocla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