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유세계문학전집_146
모피를 입은 비너스
Venus Im Pelz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 , 김재혁
248쪽, 128*188mm, 15,000원
2025년 12월 10일
ISBN. 978-89-324-7587-5
이 도서의 판매처
성에 대한 강박을 예술로 승화시킨
독일 사실주의 문학의 정수
“사랑을 탈성애화하는 동시에 인류 역사 전체를 성애화하는 특별한 방식”
질 들뢰즈
인간의 욕망과 권력 역학을 대담하게 탐구한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문제작 『모피를 입은 비너스』가 출간되었다. 187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당대의 금기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소재로 문학사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며, 작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마조히즘’이라는 용어가 정신의학 어휘로 편입될 만큼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 제국의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인간 심리의 복잡한 층위와 사회적 권력 구조를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를 지닌 문학적 성취다.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부터 질 들뢰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의 이론적 논의를 촉발한 이 작품을 통해 욕망과 복종,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만날 수 있다.
근대 성심리학의 출발점이 된 문학적 사건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정신의학과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독특한 작품이다. 젊은 귀족 제베린은 우연히 만난 과부 반다에게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고백한다. 그는 모피를 두른 여신 같은 여인의 노예가 되어 채찍질당하고 굴욕당하기를 갈망한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반다는 점차 지배자의 역할에 빠져들고, 두 사람은 주인과 노예라는 관계를 명문화한 계약서까지 작성한다. 이들은 이탈리아로 떠나 환상을 현실로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며 역할극은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아간다.
저자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1836년 오스트리아 제국의 먼 변방,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렘베르크(리비프)에서 경찰국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라츠대학교에서 법학, 역사, 수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역사학 교수 자격 논문에 통과한 뒤 렘베르크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했다. 이후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작가 생활에 전념하면서 주로 갈리시아 지방을 무대로 하여 역사적 테마를 다루는 작품들을 썼다. 민속적 소재를 다루는 소설들은 이국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들로 평가받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허마조흐는 하나의 틀을 가지고 사랑, 재산, 국가, 전쟁, 죽음을 테마로 하여 여섯 권의 책을 쓰기로 하고, 거기에 ‘카인의 유산’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이 연작 중 첫 작품이 바로 ‘사랑’을 테마로 한 『모피를 입은 비너스』(1870)이다. 이 작품은 자허마조흐의 극단적인 감각주의를 그려 낸 일종의 자전적 소설로, 그의 삶과 문학 전반을 지배한 피학적인 성적 취향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작품으로 인해 그는 도덕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경제난에 시달리며 사회적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1886년 프랑스에서는 훈장을 받고 『르 피가로』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다.
1891년 독일 헤센 지방에 칩거하기 시작해 1895년 린트하임 성에서 세상을 떠났다. 위고, 졸라, 입센 등의 대문호들이 경의를 표했을 정도로 19세기 독일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환상과 서스펜스의 면에서는 독일 낭만주의의 면모를 드러낸다. 대표작으로 『갈리시엔 이야기』, 『가짜 모피』, 『4세기 간의 사랑 이야기』 등이 있다.
역자
김재혁
김재혁은 고려대학교 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쾰른 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릴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독문과에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고 있다. 1994년 로 등단한 시인이며 시집으로는 가 있다. 그가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릴케라고 할 수 있다.